서론- 예술과 사람, 역사를 연결하는 도시들
중동과 아프리카는 세계 문명의 요람으로 오랜 역사와 독창적인 예술 유산을 간직한 지역입니다. 과거에는 전통 예술의 중심지였던 이 지역이 이제는 현대 예술과 문화산업의 혁신 도시로 거듭나며 전 세계 창작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 단위의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 창작자 지원, 국제 아트페어 개최 등은 지역 예술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고 글로벌 미술시장과의 연결고리를 확대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며 예술을 통해 도시가 변화하는 이들 중동·아프리카 도시들은 이제 더 이상 낯설거나 먼 세계가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문화유산, 도시재생, 현대 예술의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중동과 아프리카의 문화예술 도시를 살펴보고, 그 도시들이 어떻게 예술과 사람, 역사를 연결하며 새로운 창작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지를 소개합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예술의 도시 - 마라케시
모로코의 마라케시는 북아프리카의 전통과 현대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대표적인 문화예술 도시입니다. 이곳은 오래된 수크(시장), 리야드(전통 가옥), 이슬람 건축 양식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동시에 현대 예술과 공공미술, 디자인이 도시 전역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특히 ‘마라케시 비엔날레’는 중동·아프리카 현대 미술의 대표적인 국제 행사로 자리 잡았으며,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도시의 공공 공간을 무대로 창작을 펼칩니다.
마라케시는 예술가에게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강렬한 색채와 질감을 가진 시각적 자극의 원천입니다. 붉은 점토로 만든 건물, 태양 아래 반짝이는 수공예품,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 그리고 바닥에 깔린 모자이크 타일까지—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설치 예술처럼 느껴집니다. 또한 다양한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갤러리들이 들어서며, 젊은 창작자들에게도 열린 기회의 땅이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마라케시는 전통 유산과 현대 예술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도시로, 사진작가, 디자이너, 회화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떠오른 도시 - 라고스
나이지리아의 수도 라고스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허브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아프리카 최대 인구와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라고스는 도시 전체가 문화적 에너지로 가득한 공간이며, 다양한 예술 축제와 미술관, 갤러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라고스 포토(LagosPhoto)'는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국제 사진 페스티벌로, 아프리카와 세계를 연결하는 비주얼 아트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또한 'ART X Lagos'는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국제 아트페어 중 하나로, 수많은 컬렉터, 큐레이터, 예술가들이 참여하며 라고스를 아프리카 미술 시장의 중심지로 만들고 있습니다. 도시 내에는 Nike Art Gallery, Terra Kulture, Omenka Gallery 같은 영향력 있는 미술 공간이 존재하며, 이들 기관은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라고스는 창작자에게 도전적인 도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한한 기회가 열려 있는 곳입니다. 대중교통, 거리문화, 음악, 그리고 사람들의 에너지는 예술가에게 끊임없는 이야기의 원천이 됩니다. 도시의 리듬에 따라 창작하고 싶은 작가들에게 라고스는 무대이자 재료, 그리고 동료가 되는 예술의 도시입니다.
문화재생을 통해 변화하는 창작 생태계 - 샤르자
아랍에미리트의 샤르자는 중동 지역에서 예술과 문화로 주목받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두바이나 아부다비와는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이 도시는, 석유나 관광 중심이 아닌 예술과 전통을 기반으로 도시의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샤르자 비엔날레’는 세계적인 현대미술 행사로, 실험적이고 참여적인 전시가 도시 전역에서 이루어지며 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샤르자의 문화예술 정책은 상당히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샤르자 아트재단(Sharjah Art Foundation)’은 미술관, 공연장, 교육기관 등을 운영하며 지역 예술가와 국제 창작자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가들에게 공간과 기회를 제공합니다. 특히 역사적 건물과 전통 시장을 개조한 창작 공간들은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고 있어, 창작자들에게 매우 인상적인 무대를 제공합니다. 이 도시의 또 다른 강점은 예술과 지역 커뮤니티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예술가의 창작 활동이 단순한 작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의 교류, 교육, 실험적인 프로젝트로 확장되며 도시 전반의 문화 감수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샤르자는 중동의 전통성과 현대 예술의 가능성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예술도시입니다.
마무리 - 창작자들의 새로운 영감의 공간을 찾아
중동과 아프리카의 예술도시는 단순한 관광지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들 도시는 자신들만의 역사, 문화, 정체성을 예술로 풀어내며 도시의 가치를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마라케시의 색채와 전통, 라고스의 현대적 에너지, 샤르자의 체계적인 예술 인프라는 모두 예술이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증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예술의 중심지를 유럽과 미국에 국한해서 바라볼 수 없습니다. 중동과 아프리카는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의 공간이자, 문화예술 생태계의 확장된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들 도시에서 자신만의 시선과 목소리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이해하고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예술과 도시가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길일 것입니다.